결 III


# 작가노트
한동안, 눈이 만든 백색의 무더기를 좇아 겨울 산을 쏘다녔다. 그것은 세상을 온통 하얗게 뒤덮어버린 눈의 세계가 보여주는 극도의 추상적 이미지, 즉 형태에 관한 탐구였다. 그러다가 문득 눈의 형태가 아닌 물성이 궁금해진 때가 있었다. 볕을 쪼인 눈 둔덕의 표면이 녹아서 반짝반짝 물의 빛으로 빛나던 순간, 다시 찾아온 밤과 추위에 얼음붙이가 되어 예의 풍만하고 부드럽게 발화하는 눈은 사라지고 차갑게 죽은 모양으로 더욱 단단해지던 장면에서. 그 모든 것이 물이었으나 지극히 다른 모습이자 상태임을 깨달았다.
물은 윤회의 삶을 산다. 가장 차가워 견딜 수 없는 순간 얼음으로 변모해 살고 얼음이 가장 뜨거워진 순간 끝내 물로 돌아간다. 언다는 것은 일견 죽음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영영 죽어있지 않고 빛 한줄기에 녹기 시작할 때 다시 살아나는 일시적 정지 상태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응집된 한 덩어리지만 물이 흘렀던 흔적을 따라 결이 생겨나고 그 틈새로 공기가 들어가 공간을 만든다. 공기가 들숨 날숨 쉬듯 공간 안에서 움직이기 시작하면 얼음의 결은 조심스레 물이 되어간다. 새로운 생이 태동하는 것이다.
나는 그 지점, 사(死)에서 생(生)으로 회귀하는 때이자 극도로 압축된, 그러나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하는 때에 매혹되었다. 녹아가는 얼음 속의 느슨해진 결정과 되살아난 결들은 우주를 상징하는 여러 기호로 보였다. 무엇이 죽음이고 삶인지 모른 채 얽혀 있는 혼돈의 세계. 물의 가장 차가운 순간과 가장 뜨거운 순간이 혼재하는 세계. 물이자 얼음인 몰아의 상태. 그렇기에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고 무엇이든 볼 수 있으며 가장 아름다운 무한의 세계.
작업은 한 줄기 연약한 촛불에 의지해 진행했다. 촛불은 모두를 밝히기보다 선택적이고 겸손하게, 골몰히 비춘다. 쓸데없는 것에 대한 미혹이나 집착을 버리게 하는 수행의 빛이 된다. 내가 바라봐야 할 것, 가야 할 곳에 집중시키는 구도의 빛이 된다. 연약하나 집요한 빛의 굴절과 불균질한 얼음을 투과하며 생긴 왜곡 현상은 새로운 형태의 시각적 틀을 만들어냈다. 카메라는 그것을 고스란히 목격하며, 얼음 속의 물을, 죽음을, 생명을, 우주를, 생각을, 기억을, 그 모든 생의 ‘결’을 화석으로 남겼다.

# 작가소개
정정호(Jung Jungho)

2013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사진학과 졸업

개인전
2014 결, 사이아트갤러리, 서울
2013 白의 發話, 갤러리 평창동, 서울
2005 Beautiful Moment, 갤러리크세쥬, 서울

그룹전
2013 홍콩뱅크 아트페어, 샹그릴라 아이슬란드, 홍콩
2013 올해의 작가33인전, 갤러리 평창동, 서울
2013 Art Link Project, 인사 아트 센터, 서울
2013 Art Link Project, 알펜시아 컨벤션 센터, 평창
2012 In-Sight,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서울
2012 서울 일상에서의 추상, 언 오피셜 프리뷰갤러리, 서울
2012 SCAF서울컨템포러리 아트스타전,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서울
2012 Art Preview and Portfolio Show, 세종대학교, 서울
2012 대구사진비엔날레, 국제 젊은 사진가전, 봉산예술센터, 대구
2012 ASYAAF 서울역사박물관, 서울
2011 Post Photo, 공아트 스페이스, 서울
2011 핑야오 사진 페스티벌, 산시, 중국
2010 Post Photo, 이룸갤러리, 서울
2009 IVI Photo, 광화문 갤러리, 서울
2008 현의변주, 청계광장, 서울

수상
2013 사이아트 뉴 디스코스 우수상
2012 한국미술진흥협회 아트프리뷰, 포트폴리오 우수상
2008 한국일보 포토에세이 공모전 우수상
2008 매그넘 코리아 가작
2008 인텔 국제사진전 대상
2007 네셔널지오그래픽 국제사진전 우수상
2007 대한항공 여행사진전 대상

By 정정호

Exhibitions - solo 2014 결; Ice Chaosmos - 정정호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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