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보통소녀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나?사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아주 어린 시절이었습니다. 산골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가끔씩 찾아오곤 했던 친한 막내고모가 돌아가신 것을 어렸던 저는 몇 년 후에나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때는 이미 사진까지 함께 태워버려서 더 이상 막내고모의 얼굴을 떠올릴 수가 없었고, 그래서 사진을 꼭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했던 것 같습니다. 보통소녀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비슷하지만 약간 다릅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어릴 때 기억하는 엄마의 모습과 지금 바라보는 엄마의 모습은 아마 거의 동일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어릴 적 사진을 찾아보면 엄마는 지금의 저보다도 더 어린 앳된 모습이지요. 천천히 세월이 흘렀기 때문에 젊었던 엄마의 모습을 기억하지 못한 채 지나와 버린 겁니다. 그 때 젊은 사진의 모습에서 서글프다고 느꼈던 감정이 보통소녀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보통소녀는 훗날 자신은 뒤돌아보았을 때를 위한 사진, 즉 미래를 위한 과거를 기록하는 작업이며, 화려하고 또렷해서 이목을 끄는 사진보다 아련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보통 소녀의 정의는 무엇이고 어떤 의미인가? ‘보통소녀’에서 피사체로 20~30대 결혼적령기의 여성을 담은 이유는 이렇습니다. 꽃이나 과일이 짧은 순간 가장 빛나게 피어나는 것이 자신의 존재를 퍼뜨리기 위한 일생의 외침인 것처럼, 여성에게도 그런 빛나는 순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일생에서 가장 예쁜 순간의 본인을 사회에서 요구하는 ‘참한 여자’라는 역할놀이에 매여 제대로 드러내 피워보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예쁘게 물든 과일 위에 그물을 쳐놓은 것 같은 갑갑함을 느꼈고, 외부적 요인 때문에 숨죽이고 있어야 했던 욕망을 끌어내 주고 싶었습니다. 정물을 통하여 사회에 대한 이야기 나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지난 작품은 내가 나에게 혹은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내었습니다. 그러나 보통소녀는 작가가 일반사람에 투영하여 세상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 낼 뿐 아니라, 모델이 작가에 비용을 지불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한 결과물인 만큼 피사체들의 욕구가 적극적으로 반영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업과정에서 작가인 저 뿐 아니라 모델들에게도 자신의 욕구를 인식해가는 변화가 생기게 됩니다. 가장 아름다운 절묘한 시기에 피사체로서 사진작가와 교감하는 과정에서 자아를 발견하는 이 모든 일련의 과정들이 모여 보통소녀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다른 작품들과는 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보통소녀 프로젝트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여성의 미에 대한 기준이 마치 진열된 과일처럼 획일화 되어 있다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꼭 유전자변형과 인위적인 비료에서 상품으로 탄생한 과일만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의 과일 또한 아름다운 것처럼 있는 그대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통상적 미의 기준이 뚜렷하고 획일화 되어있는 얼굴을 작품에서 배제하고 몸을 위주로 촬영하였습니다. 특별할 것 하나 없이 정말 보통 사진이 가장 예쁜 사진이라고 생각합니다. 촬영에 임한 보통 소녀는 촬영 후에 무언가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내면적으로 크게 흔들림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극소수의 이상적인 모델들의 몸이 정답이라 강변하는 미디어 앞에 절대 다수 보통 소녀들은 스스로 콤플렉스 덩어리가 되어가고, 몸을 가리고 부끄러워야 하는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셈입니다. 적어도 자신의 몸만큼은 스스로 마음 깊은 곳에서는 사랑 받을만한 것이라고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싶은 것입니다. 따라서 단순한 사진찍기 놀이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쪼그라들었던 자아를 다시 돌보고 본연의 모습으로 환원하는 종교적 메시지도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