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히 짧은 시간, 순간, 시간의 최소단위인 ‘찰나(刹那)’라는 말은 지극히 짧고 빠른 시간을 말하는 것으로서,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 있어 시간상의 지평을 형성하는 순간적 시간으로 특성화된다. 모든 존재는 찰나에 생기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하는 계속적인 생멸현상(生滅現象)을 지속한다. 더 나아가 무한한 우주적 존재로서 인간의 탄생과 죽음을 바라보았을 때, 우주 속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별들의 생성과 소멸에 비하면 아주 짧디짧은 찰나적 순간의 생(生)을 살아간다.
“자기로 존재한다는 것은 인간에게 주어진 최고의 특권, 무한한 특권이지만, 그러나 이것은 또한 인간에 대한 영원성의 요구” -쇠렌 키르케고르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 그것을 넘어서는 것을 원하지만 그럴 수 없음을 인지하게 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영원성을 바랄 것이다. 행복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면 그 행복이 영원하기를 바랄 것이다. 하지만 영원이라는 것은 또한 지속 될 수 없음을 알게 될 것이다. 또한,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었던 모든 일들을 기억하고 있는 것인가……. 기억들은 처음엔 뚜렷할지 모르나 시간이 흐름과 동시에 다른 기억들로 채워지며 아무리 뚜렷했던 기억들도 흐릿해지며 오묘해진다. 인간이란 존재는 태어난 순간부터 삶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신에게 주워진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우리에게 주워 진 시간은 영원하지 않다. 시간은 생각하기도 전에 삶을 가로 질러간다. 우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나이가 들고 가슴 속에 담겨있는 크고 작은 사건들과 이야기들은 기억 속 한줌의 재로 사라져 버린다. 본인작품에 있어 비눗방울은 찰나적 순간의 인생을 내포하고 있으며 죽음의 불가치성과 덧없음을 상징하며. 시간의 흐름에 축적되어진 기억의 단상을 표상(表象)하고 있다.
미학에서 비눗방울은 무상함의 상징이다. 무지개의 파편과 같은 그것은 너무 섬세한 것이며, 태어나서 오묘한 빛을 발하며 점점 크기가 커지면서 극에 달하는 한 순간 곧바로 터져 사라져 버린다. 비눗방울의 표면은 빛의 파광 작용을 통한 영롱한 무지갯빛 스펙트럼의 현상을 보여준다. 이런 형형색색의 빛의 색채는 왜곡 되어 진 무지갯빛 스펙트럼 현상으로 색의 뒤섞임과 함께 오묘해지며 왜곡 된다. 본인 작품에 있어 이런 현상들은 시간의 흐름 속에 왜곡되며 오묘하게 변해버리는 기억 현상의 불확실성과 애매성을 표방한다. 비눗방울의 겉 표면에 나타나는 오묘한 빛의 뒤섞임, 이미지의 형상 효과는 무한한 상상의 공간을 통해 심리적 시간 기억을 표현해 내고자 하는 것이다. 캔버스라는 평면 공간 안에서의 찰나의 시간성을 내포하고 있는 비눗방울은 그 겉에 표현된 형상과 함께 시?공간 사이의 흐름 속에 존재하는 내면심리의 변화와 외적 표현의 변화가 표현된 상징적 매개체이라 할 수 있다. 이런 표현은 기억의 형상을 통해 되살아난 과거의 감정들은 그 안에서 오묘한 풍경들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행위는 현재 주체가 위치하고 있는 공간에서 이전에 경험하였지만 유실되어버린 개인적인 과거를 다시금 살려내고자 하는 시도로서, 스스로 일상의 공간에서 잠시 유실되어진 순간적인 감정을 유발시키는 상태 속으로 자신을 이입시키는 것이다. 그리하여 본인의 감정의 유희상태를 조성하고, 잠시 이 상태에 머물기를 통해 유실된 과거와 다시 만난다. 이렇듯, 나는 이러한 삶과 그 속의 기억이미지가 다시 회화로 표현함으로서 ‘현재’라는 시?공간적 속에 영원성을 부여하고자 한다. 또한, 관람자에게 죽음에 대해 상기시키고 누구나 알고 있는 진부하기까지 한 덧없음의 의미를 통해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삶을 되짚어보며 소중함을 일깨워주고자 한다. 이용제
Education
2004~2010 한남대학교 미술학과
2010~2012 한남대학원 미술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