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성충이 되기 전 불완전한 존재인 애벌레를 엮어 하나의 덩어리를 만들었다. 이 덩어리 속에서 애벌레는 결합과 분열을 거듭한다. 인간의 삶 역시 결합과 분열을 거듭한다. 내 그림과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틀이 존재한다. 나는 이 틀 속에서 현재의 나와 과거의 너를 벌하는 마음으로 수많은 애벌레를 수놓듯 엮는다. 그저 틀 밖으로 나갈 것인가 말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할 뿐이다. 애초에 내게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았을지라도. 나에게 그림은 채워도 채워지지 않고 비워도 비워지지 않는 마음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