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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작업을 함축적으로 표현하자면 ‘아버지를 향한 소심한 반항’이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이러,저러한 사람입니다.’라는 수백 가지의 말보다 ‘우리 아버지가 어떠한 사람이다.’라는 한마디의 말이 나에게 그 어떠한 힘을 실어줄 때가 있는 것과 같이 본인의 작업은 아버지의 힘을 빌리는 것에서 시작된다. 아버지의 작품(미술사에서 지위와 권위를 가지고 있는 미술양식들)의 형식을 빌려와 아직 그러한 권위와 위치를 가지지 못한 아들작업(본인의 작업)에 후광을 씌워준 것이다. 본인의 작업(아들작업)은 아버지 작품들을 따르고 순응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아들은 언제나 아버지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다.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많은 예술가들처럼 아버지 자체(예술 또는 과거의 예술시스템)를 부정하며 집을 뛰어나오지 않는 이상 아들은 그 아버지의 그늘을 쉽게 벗어날 수 없다. 그리고 그 아버지는 그러한 반항조차 예술의 범주에 묶어버리곤 했다. 그래서 본인은 ‘소심한 반항’을 결심했고 아버지를 차용하지만 그 안에서 아버지가 정해놓은 틀(기존의 관습, 생각, 사상등)을 비판하기로 결심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작업은 시작되었고 현재 진행된 작업들은 이러한 생각의 초기 작업들이다. 작업들은 과거 미술(특히 권위가 막강했던 중세 기독교 미술)의 형식을 따르지만 작업 안의 문자(순서가 뒤바뀌거나 어디서 시작되는지 알지 못하는 알파벳)또는 작업의 내용은 기존(아버지) 세상의 관습과 생각들을 비판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미지와 텍스트의 혼합은 중세기독교 미술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인데 이는 문맹률에 높았던 시대의 메시지 전달방식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만약 문자를 해석하지 못한다면 그 문자는 그저 이미지로만 다가오게 될 것이다. 사실 이러한 방식은 텍스트를 전달하면서도 숨기는데 탁월한 방식이기도 하다. 그 문자의 배열방식을 찾아 해석한다면 본인의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가장 손쉬운 방식이지만 만약 그 배열방식을 찾지 못한다면 그 의미는 풀이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작업의 트릭들은 이중적 태도를 가지게 된다. 겉으론 기존의 관습을 받아들이고 답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작업의 내용은 기존의 그것들을 반대하고 비판하는 태도를 갖는다. 이러한 상황은 현재 20,30대들을 상황과도 맞물린다. 우리는 우리 아버지 세대를 비판하고 있지만 그 아버지의 물질로 살아가고 있으며, 때로는 반항하기도 했지만 그들이 규정하고 정해놓은 링 안에서의 투쟁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아버지의 말처럼 성공이 아닌 시도이다. 끊임없이 그 권위에 도전하는 것이다. 본인의 작업도 그러한 선상 위에 존재한다. 기존의 세상과 예술시스템을 벗어나는 것도 바꾸는 것도 본인에겐 힘든 일이겠지만 끊임없이 그 안에서 그 권위에 도전하는 것이다. 아버지 세대의 권위와 지위를 이용해 본인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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