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의 커다란 키워드는 ‘불안’이다. 매번 불안을 느끼는 이유가 무엇일까? 시나리오 없는 ‘불확실’한 삶을 위태롭게 살아가야한다는 것이 나에게는 가장 큰 ‘불안’이었다.
어느덧 나는 실체도 없는 불안에 얼굴을 만들며 해피엔딩 혹은 배드엔딩을 오고가는 위태로운 무대에 서있었다. 내가 느끼는 불안은 스스로 만들어낸 ‘불안의 얼굴’이었다. 결말을 예견하거나 변수를 예측하며 ‘불안의 시나리오’라도 만들어내는 것이 더 안도감을 들기도 했다. 어쩌면 내가 두려워한것은 ‘불안’이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미래 앞에서 결정해야만하는 ‘나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나의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검은 물과 검은 연기에 휩싸인 위태로운 무대위에 서있다. 그러나 그들은 태연하거나 천진난만하거나 그 위협에 무심히 뛰어든다. 그들에게 해피엔딩 혹은 배드엔딩을 보증하는 시나리오는 없다. 오로지 ‘순간’과 ‘선택’, 선택이 만들어낸 ‘사건’만이 있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었던 사건과 변화로 만들어가는 것은 그 누구도 확언 불가능한 나의 ‘얼굴없는 선택’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