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소통, 모순, 본능, 안도…. 이 모든 음흉하고도 치밀한 속내를 방독면 이라는 아주 적절한 소재를 통해 보여주 고자 한다. 우리는 만들어진 가면을 쓰면서 외부로의 모든 것이 가려진다는 안도감에 몰래 숨겨두었던 마음 속 본능을 내비치는 실수를 저지른다. 결국 우리 자신이 만들어낸 허상 속에 갇혀 현실을 떨쳐버릴 수 없을 때쯤 그것을 깨닫게 된다. 방독면은 현실 속에 불필요하게 소비되어지고 있는 왜곡된 이야기들과 이기주의, 흑백논리, 방어심리 등을 보여주며 현대인들의 무질서한 자아를 비유한다. 지금의 나는 흑과 백의 논리처럼 중립적인 나 자신을 모두 배제한 체,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가면을 꺼내어 쓰고 다니며 끊임없이 인정받아야 한다는 왜곡된 자아를 부여하고 있다. 가면 뒤에 숨겨진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작은 만족감을 얻을지 모르지만 방독면은 점점 우리를 답답하게 만든다. 각박한 현실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한번쯤 겪었을 법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자아에 대한 문제를 지친 현대인들에게 잠시나마 자신이 살아온 삶과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한번 쯤 짚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